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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NODE

  • 전시기간 21.12.17 - 21.12.19
  • 전시장소 호반파크 2관 서울 서초구 양재대로 2길 18
  • 전시작가 김보희, 이강소, 구혜영x김영남, 나나와 펠릭스, 박혜수, 이여운, 이장원, 김보라, 조숙현, 조재연

H아트랩, 그 첫 번째 노드에서 점의 확산을 기대하며
김보라(H아트랩 1기 입주이론가)

초연결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아침에 일어나는 순간부터 어딘가에 접속된다. 뚜렷한 목적에서, 때로는 부지불식간에 연결되기도 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끝없이 이어지는 접속 가운데 사람과 사람 사이 단절과 고독감은 더욱 커져만 간다. 2020년에 갑자기 시작된 코로나 사태 이후 더욱 그러하다. 모두가 마스크를 쓰고 오가는 길거리를 바라보다 보면 문득 그 풍경 자체가 생경하게 다가오는 순간이 있다. 이제 마스크를 하지 않은 모습을 오히려 어색하게 느끼게 되어 버릴 때가 올 듯싶기도 하고, 끝이 안 보이는 코로나 현황을 연일 보도하는 뉴스를 들으면서 어쩌다 이런 세상을 살고 있나, 우울해지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어려운 시기를 함께 통과하고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 모두에게 동지애 비슷한 애틋한 감정을 느끼게 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서로 조심하느라 거리를 두는 데다 얼굴 대부분을 가리고 만나니 아무래도 인간적 교분을 쌓기에 어려운 면이 있는 것 같다. 우리 말 ‘얼굴’의 뜻은 ‘얼이 담긴 꼴’이라는데, 코로나 시기에 처음 만나게 된 사람들은 주로 온라인으로 소통하거나 마스크를 쓴 채로 만나는 탓에 그만큼 상대의 정신이나 마음에 가닿는 데 한계가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이와 같은 소통 방식은 서로의 얼굴을 마주하는 만남, ‘영혼의 창’인 눈을 바라보며 이야기하는 대화와는 차원이 다를 수밖에 없다. 이따금 제한된 소통이 남기는 메마르고 삭막한 느낌이 마음 한구석을 허전하게 만든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예술을 통한 교류와 소통 때문일 것이다. 코로나로 인해 직접 만나기 어려운 삶 속에서도, 우리는 이미지와 문자, 음악을 통해 연결된다. 거리두기가 가능한 각자의 공간에서 송신하고 수신하는 것이다. 어딘가에 있을 익명의 수신자에게 송신자로서 ‘나, 여기에 있어요!’라고 신호를 보내다가, 또 수신자로서 비슷한 생각이나 감정을 표현한 누군가를 발견할 때 반갑고 기쁘다. 나와 통하는 감수성을 가진 사람이 이 세상 어딘가에 존재한다는 사실은 내가 혼자가 아님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다. 그렇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에는 생존에 필요한 의식주 이외에도 ‘연결감(連結感)’이 중요하다. 사르트르는 “타인은 지옥이다(L’enfer, c’est les autres)”라고 쓰기도 했다지만, 우리는 결코 혼자 살 수 없다. 누군가를 통해 자극받고, 배우고, 에너지를 얻으며, 누군가와 이어져 있다는 감정으로 삶을 살아갈 힘을 내는 것이다.

호반건설 산하 호반문화재단의 예술창작지원 공간인 H아트랩은 2021년 3월, 전 세계적 전염병 상황 속에서 출발했다. 정부의 거리두기 방침이 이어지면서 입주작가 사이 활발한 교류에 어려움이 있던 가운데에서도 초대 작가 강연으로 선후배 예술가 간 소통의 시간을 마련한 바 있으며, 여전히 조심스럽긴 하나 오픈 스튜디오 프로그램을 통해 보다 폭넓은 네트워크의 기회를 모색하고자 한다. 12월 17일부터 19일까지 사흘 동안 진행되는 오픈 스튜디오의 제목은 《ART NODE》다. ‘교점’ 또는 ‘결합점’을 뜻하는 노드(node)는 네트워크 분기점이나 접속점을 가리키는 컴퓨터 용어로, ‘매듭’을 뜻하는 라틴어 ‘nodus’에서 유래했다. 《ART NODE》라는 제목에 H아트랩의 첫 번째 매듭, 그 결실을 공유한다는 이 행사의 취지와 미술을 매개로 한 연결이라는 의미를 담은 것이다.

H아트랩 1기 입주작가와 이론가는 올 한해 미술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접속했으며 코로나 상황에도 불구하고 전시와 작품 발표 등, 그 어느 때보다도 열심히 각자의 활동을 전개했다. 뿐만 아니라 느슨한 형태의 공동체로서 호반건설 사옥 내 스튜디오 공간을 오가며 서로의 작업 세계를 이해하고 예술적 교류의 중요성을 확인하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지난 1년을 되돌아보면 코로나라는 불가피한 여건으로 인해 좀 더 적극적 소통을 하지 못한 아쉬움이 남지만, H아트랩의 출발점에 함께 섰던 1기 구성원들은 이곳에서의 인연과 만남에 힘입어 더욱 활발하게 작업 세계를 펼쳐나갈 것이다. 앞으로도 H아트랩이 많은 예술가의 든든한 창작 플랫폼이자 예술의 확산을 모색하는 허브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며, 전시, 강연, 공연, 상연회 등 다채로운 코너가 마련된 이번 《ART NODE》 자체가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모든 이의 기억에 남을만한 뜻깊은 교차점이 되기를 바란다.



<오픈스튜디오 전시전경>

  
  
  
  


<개별 프로그램>

김보희 초대작가
  

구혜영x김영남
    
 
나나와 펠릭스
   

박혜수
  
 
이장원
  
 
조재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