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전국청년작가 미술공모 선정작가전 <오늘이 내일에게 _ 위로하는 풍경>
- 전시기간 20.07.01 - 20.07.06
- 전시장소 갤러리 인사아트
- 전시작가 오흥배, 권선영, 김윤, 김춘재, 엄재형, 이상섭, 조혜진
2020 전국청년작가 미술공모전을 개최하며
최근 코로나19의 세계적인 대유행(팬데믹) 상황에서도 문화예술발전과 예술의 대중화를 위해 수고를 아끼지 않으시는 문화예술계 관계자들과 어려운 환경과 여건 속에서도 창작의 열정을 불태우는 모든 예술가들의 노고에 감사와 응원을 보냅니다. 특히 코로나 바이러스 여파로 대중의 외부 활동이 제한되어 문화예술활동이 전반적으로 위축된 현실적인 어려움에 깊이 공감하며 모든 분께 심심한 위로와 격려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우리 재단은 국내 젊은 작가들의 다양하고 색다른 창작활동을 통해 국내 시각예술의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며, 나아가 국내 문화예술발전의 든든한 후원자가 되기 위한 취지로 매년 전국청년작가 미술공모전을 개최하고 있습니다. 이번으로 4회째를 맞은 전국청년작가 미술공모전에는 총 615명의 작가들이 참여하였으며, 이들 중 포트폴리오 심사를 통해 25명의 작가를 선정하였고, 작품실물 심사를 통해 최종적으로 예술성과 독창성이 돋보인 7명의 작가를 수상자로 선정하였습니다. 이번 공모전에서는 회화 작품뿐만 아니라 조소 및 사진, 미디어 작품에 이르기까지 저마다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기법과 소재를 활용한 작품들이 치열하게 경쟁하였으며, 그 결과 대상 오흥배, 우수상 권선영, 선정작가상 김윤, 김춘재, 엄재형, 이상섭, 조혜진 작가가 최종 선정되었습니다. 저희 공모전은 해가 거듭될수록 많은 작가들의 관심과 참여로 꾸준히 양적, 질적 성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비록 수많은 작품들 중 한정된 선정인원으로 더 많은 작가들에게 수상의 기회를 주지는 못했지만, 지원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작품의 장르가 다양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대한민국 시각예술의 밝은 미래를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고 자평합니다. 앞으로도 우리 재단은 공모전 시상으로 끝내지 않고, 재능 있는 작가들에게 전문가 컨설팅 및 평론가 매칭, 전시회 지원 및 새로운 창작활동 영역의 발굴 등 다양한 지원 사업으로 우리나라 청년작가들을 발굴하고 지원하여 문화예술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모든 역량과 노력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다시 한 번 이번 공모전에 함께해 주신 모든 작가들과 아낌없는 후원과 협조로 공모전을 빛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어려운 시기 따뜻한 위로와 나눔으로 서로를 격려하며 함께 극복해 내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항상 응원 하겠습니다.
2020.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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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적 주제와 걸 맞는 완성도 높은 조형미
김미진(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교수)
< 2020년 전국청년작가 미술공모전>은 전국 단위의 역량 있는 작가들을 발굴하고, 국내 대표작가로 성장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으로 올해 제 4회를 맞이한다. 후원인 호반건설의 유망작가 발굴을 통한 미술문화의 발전에 기여하는 지원사업의 일환이라는 목적도 함께 하고 있다. 작년의 출품작이 356점인데 비해 올해는 615점이 출품되어 신생 공모전임에도 작가들에게 많이 알려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공모전을 위한 심사는 1차와 2차로 나누어 진행되었다. 한국현대미술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비평가, 기획자, 미술관관계자, 대학교수 등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하였다. 1차에서 2명의 심사위원이 먼저 25명의 작가를 선정하였고, 2차의 최종심사에서 1차와 다른 4명의 심사위원들이 원작과 포트폴리오를 꼼꼼히 살펴보고 7명의 작가 작품을 선정하였다.
평가는 전시, 수상, 레지던시 참여경력과 함께 작업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은가, 주제를 위한 표현은 적절한가, 진지한 철학이 담겨 있는가, 창의성이 있으며 참신한가, 작품 완성도가 높은가를 기준으로 100분 율로 나누고 창의성과 완성도에 10점씩을 더 배분하였다. 올해 참여 매체는 주로 평면 회화가 많았고 조각, 사진, 기타 장르의 출품 수는 적었다. 심사위원들은 간단한 평과 함께 심사지를 각각 재단에 전달하였고 최종적으로 본부에서 공정하게 집계한 후 결과를 도출하였다. 대상으로 오흥배, 우수상으로 권선영, 선정작가상으로 김윤, 김춘재, 엄재형, 이상섭, 조혜진이 선정되었다. 올해 선정된 작가들은 사회적으로 불안정한 현 시대를 깊이 있는 주제로 다루며 그에 걸 맞는 재료와 기법을 찾아내어 완성도 높은 작품들을 보여주고 있다.
오흥배는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꽃병의 시든 꽃을 극 사실 기법으로 그린 작품을 출품하였다. 작품 “to see, to be seen”은 ‘보이는 대상이 상황과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라는 화두로 일상과 예술 안에서의 가장 흔한 정물을 선택하여 표현한 것이다. 미술사를 살펴보면 회화 안에서 정물은 그 시대를 대변하는 사물을 통해 사회와 예술을 보여준다. 그의 정물은 사진같은 사실성을 넘어 시간과 함께 개개의 생명체에 대한 애정이 깃든 시선으로 표현되어 시들은 꽃들이지만 화려한 시절을 기억나게 하는 삶의 풍성함을 느끼게 한다. 어둡고 암울한 현실 속에서 잠깐이나마 즐거움의 대상이었으나 버려지게 될 하찮은 사물의 깊이 있는 존재감은 생명과 시간의 의미에 대해 깊이 사고하게 한다.
권선영의 “Garden_2020”은 화려하고 다양한 색채의 풀과 꽃으로 꽉 차 있는 정원을 꼴라쥬와 회화의 복합매체로 표현한 평면작품이다. 럭셔리 잡지에서 볼 수 있는 보석, 시계 등의 장식품들과 식물들을 하나하나 오리고 붙여 반복적으로 칠을 해 표현한 것이다. 매일 쏟아져 나오는 물질문명의 이미지 정원과 잘 가꾸어져 있는 실제 정원은 우리 현대인의 일상이기도 하다. 작가의 섬세하고 집요한 기법 안에서 이미지와 식물은 각각 생명력을 내 뿜고 서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자연과 인공이 서로 적대하는 것이 아니라 화합하고 있는 우리가 지향하는 이상향을 보여준다.
김윤은 “vinyl(ECOSYSTEM)”작품을 출품하였다. 비닐봉지를 화면에 붙이고 녹이기를 반복하여 청정한 숲속의 사슴가족의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현대인의 편리를 위해 일회용으로 사용하고 버려지는 비닐은 우리 환경에 큰 재앙이 되고 있다. 울창한 숲속에서 우리를 정면으로 쳐다보는 순진한 눈을 한 사슴 이미지를 흑백으로 재현한 작품은 비닐이 암시하는 비극적 현실로 치환되면서 동시에 저급한 재료의 속성이 고급예술작품으로 전이되는 우리들의 인식에 질문을 던진다.
김춘재는 현실과 이상이 혼재되어 있는 동양적 풍경을 캔버스와 유채로 그린 “Misty scape_Stairs”를 출품하였다. 울창하게 표현된 숲은 안개가 낀 중간 지점과 꼭대기로 향하는 지그재그 다리 그리고 가로 지르는 길이 있는 풍경으로 나뉘어 일상에서 순간적으로 깊이와 넓이를 알 수 없는 숲 속으로 빠져 들어가게 한다. 편안한 일상으로 대변되는 수평적 관점과 이상향으로 향하는 지그재그 계단은 바쁜 현대인에게 순간적으로 유토피아를 발견하게 되는 도가적 관점을 제공한다.
엄재형은 현재 자본주의 시스템 안에서의 이동하는 환경에서 다양하게 만나게 되는 상황과 사람에 대한 작업을 주로 한다. 이번에 출품한 “Grazie 4”는 흔한 바닷가 풍경을 그린 것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바다, 모래해변, 그 위에 서 있거나 누워 있는 사람들이 모두 연극무대의 배우처럼 배치되어 비현실적인 느낌을 준다. 이동을 상징하는 배낭, 도시 거리에서 볼 만한 옷차림을 한 사람들, 해변에서의 여행을 철저히 준비하며 즐기는 사람들은 작가의 기표로서 배치되어 주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한다.
이상섭의 “순 수(純粹)”는 동 파이프로 나무 가지 형태를 만들고 가지들을 단위삼아 용접으로 연결하고 반복적으로 쌓아 만든 말 형상의 조각이다. 하나의 작품이 탄생되기까지 수많은 공정이 들어가는 과정 안에서 예술가의 수행적 태도와 비우며 채우는 자연의 형태는 순수하고 본질적인 미적 경험을 제공한다. 단순하고 군더더기 없는 형태는 동양적인 생성과 소멸의 순환적 의미를 잘 전달하고 있다.
조혜진의 “한겹”은 버려진 자개농을 소재로 삼아 보통 서민들의 삶을 시공간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우리나라 70~80년대에 많이 사용하였던 자개농 문짝 뒷면에 재개발 되지 않은 서울 변두리 동네의 주택가와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자개로 다시 드로잉 한 것이다. 검은 자개농의 두면을 모두 사용하는데 한 면에는 벽돌로 지어진 빌라와 어지럽게 세워져 있는 전봇대로 재개발 되지 않은 동네와 그 앞에 기념사진을 찍는 듯 사람들이 일렬로 자리 잡고 있다. 소시민의 애환이 닮긴 삶은 원근법의 동네처럼 소멸되어가고, 흑백의 사진으로 기념되어진다. 다른 한 면은 원래 화조도 자개무늬를 그대로 두어 양면 모두를 감상할 수 있다.
<전국청년작가 미술공모전>은 지금까지 4회 동안 완성도 높은 평면작품 위주로 대상자가 선정되었기에 이 정체성이 작가들에게 어느 정도 규정지어졌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은 또한 공모전의 단점일 수도 있다. 심사위원들은 젊은 작가들의 창의적이며 실험적인 다양한 장르와 매체의 작품을 기대한다. 하지만 작가들은 선정기준에 따른 안정적인 결과를 기대하기에 새롭고 파격적인 작품보다는 비슷한 스타일의 작품을 출품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 선정된 작가들은 현대미술 안에서 무궁무진하게 발전해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을 갖고 있는 자들이다. 앞으로 더욱 개성 있는 작업을 열정적으로 해나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