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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Web of Time

  • 전시기간 23.06.23 - 23.07.23
  • 전시장소 Artspace Hohwa 서울특별시 중구 세종대로 124, 프레스센터 1층
  • 전시작가 김병주

아트스페이스 호화는 김병주의 개인전 《시간의 그물(The Web of Time)》을 개최한다. 김병주는 투시도법을 적용한 선 구조물을 반복하여 열린 건축 공간을 구성해오고 있다. 작가의 건축 조각은 구조를 만든다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건축의 방법론을 따른다. 하지만, 단단한 덩어리가 아닌 선의 중첩을 통해 뚫린 공간을 만들기에 역설적으로 탈 구조적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 《시간의 그물(The Web of Time)》은 구축과 해체를 통해 다중구조의 혼란을 심미적으로 보여주는 김병주의 작품 세계 전반을 조명한다.

김병주의 작업에서 도드라지는 요소는 선(line)이다. 가느다란 선형이 겹겹이 얽혀 만들어낸 복잡한 미로의 모습은 성글게 꼰 직물 예술을 연상시킨다. 그리고 그것은 전시장의 조명을 만나 벽면에 광대한 거미줄과 같은 그림자를 드리우며, 무수한 선과 선이 뒤엉킨 환상적 장면을 연출한다. 그의 작업은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적 공간 구축과 그로 인한 인식의 전환 문제에 대한 호기심에서 비롯되었다. 3차원의 건축물 형상을 2차원의 도면 이미지로 전환하며, 작가는 우리 삶과 가장 가까운 개념인 공간의 표피를 벌거 벗겨 섬세한 골조 구조체로 직조한다.
한편, 작가의 건축적 공간은 관람자의 몸과 눈이 이동함에 따라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발걸음을 옮기면서 본 다중의 철선들은 때론 합일되고 때론 충돌하며 계속해서 새로운 풍경을 불러온다. 직전에 보았던 과거의 장면은 현재로, 곧 이어 펼쳐질 미래의 장면으로 전치된다. 즉, 보는 주체의 신체 움직임에 따라 출렁이며 고정화된 이미지와 시간을 갱신해 나가는 것이다. 작품과 관람객 사이를 관류하는 이러한 변화의 긴장감은 지금 이곳에 있다는 현재의 감각을 어지럽히며,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시간을 유기적으로 엮어낸다.

이처럼, 김병주의 조각은 단순한 개체로서 존재하지 않는다. 빛과 움직이는 신체에 의해 역동적으로 변화하며 선율처럼 지속적으로 흐르는 영원의 시간을 담아낸다. 전시명 “시간의 그물”은 과거의 총체로 이뤄진 현재, 혹은 인식의 도합으로서의 현재 등 씨실과 날실처럼 짜여 있는 작품 내 시간관을 상징한다. 프랑스의 철학자 앙리 베르그송은 이와 같은 상호 침투 관계를 통해 만들어진 시간을 ‘지속’의 개념으로 설명한다. 그에 의하면 시간은 과학적으로 측정가능한 점적인 순간이 아니라, 개인의 체험에 의해 과거의 기억이 현재와 미래로 이어지는 주관적이고 연속적인 구조를 이룬다. 그리고 우리는 이러한 시간 안에서 물리적인 틀을 벗어나 자유로운 인식의 흐름을 경험할 수 있게 된다. 같은 맥락에서 김병주의 화면 역시 시간의 절대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그동안 구조해 온 시공의 개념 및 인식의 체계를 다시금 구성한다. 전시 《시간의 그물(The Web of Time)》은 한계가 정의되지 않는 그 초시공간의 여정으로 당신을 초대하고자 한다.
 

김병주, < Ambiguous wall-Symmetry G126 >, Laser cut steel, Urethane paint, 76×233.5×18cm, 2019
 
김병주, < Ambiguous wall-Symmetry R5104 1;3 >, 77×244×20cm, Laser cut steel, Urethane paint, 2023 
 
김병주, < Ambiguous wall-Eidos 010203 >,_Laser cut steel Urethane paint,_133×101×20cm(each),_2020
 
김병주, < Ambiguous wall-Eidos 010203 >,_Laser cut steel Urethane paint,_133×101×20cm(each),_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