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기둥의 감각
- 전시기간 23.02.18 - 23.03.12
- 전시장소 Artspace Hohwa
- 전시작가 기획 : 고윤정 / 작가 : 박관우, 이연숙, 신선주
H아트랩 2기 전시 Part 1.
검은 기둥의 감각 (Black Nuance)
“아무도 없는 밤, 큰 유리창과 달빛만이 거대한 건축구조물 사이로 비스듬히 보이고 고요하기만 하다. 작은 바스락 소리에도 스산하게
누군가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비어 있지만 가로 지르는 큰 기둥 뒤에 보이지 않는 무엇인가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
바람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차가운 공간이다.”
《검은 기둥의 감각》은 공간의 중압감에 짓눌려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지는 미스테리를 보이는 전시이다. 공간과 오래된 물건, 반사되는 거울 속 또다른 설정은 곧 어떤 사건이 일어날 것 같은 묵직한 기운을 뿜는다.
항상 사건은 눈앞에서 보이는 것만이 다가 아니다. 가만가만 수면 위로 떠오른 몇몇 개의 단어들을 퍼즐처럼 맞추어 보면 그날의 진실이 다가오는데, 그것은 대부분 CCTV, 블랙박스, 핸드폰 카메라에 잡힌 어스름한 물체, 인스타그램의 짜투리사진 등이다. 우리는 인지하지 않아도 너무 많은 사건의 단서들을 길거리에 뿌리고, 과잉된단서들이 집합을 보면서는 전혀 눈치채지 못한다. 새로운 파놉티콘의시대에 살고 있고, 나의 정보들은 끊임없이 어딘가에기록된다. 사각지대의 뜻은 어느 위치에서인가사물이 눈으로 보이지 않게 되는 각도를 뜻하는데, 복잡한 도시에서 사각지대는 시시각각 CCTV의 위치에 따라 바뀌어 간다.
공간과 접합된 무거운 공기는 이제 사람이 개입되어도 수시로 바뀌어 가는 시선의 교차 속에서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낡은 누군가의 옛 물건, 스러질 것 같은 나무와 뜻하지 않은 향기는 아날로그만 향수를 불러 일으키지만 현대사회의 신문물과 겹쳐지면서 미스테리한기운을 더 뿜어낼 뿐이다.
두 개의 기둥은 실은 세 개일 수도 있다. 전시에서 보이는 기둥은 몇 개인지 아무도 모른다. 그리고 눈에 보이는 기둥은 시, 공간을 초월한 상상의 기둥일 수도 있다.
수십 년의 차이를 두고 새로운 날들로 인식되는 새로운 작동 시스템에 적용되는 코드로 이루어진 기둥일 수도 있다. 지금 눈에 보이는 현실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는 관객의 몫이다.
검은 기둥의 감각 (Black Nuance)
“아무도 없는 밤, 큰 유리창과 달빛만이 거대한 건축구조물 사이로 비스듬히 보이고 고요하기만 하다. 작은 바스락 소리에도 스산하게
누군가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비어 있지만 가로 지르는 큰 기둥 뒤에 보이지 않는 무엇인가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
바람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차가운 공간이다.”
《검은 기둥의 감각》은 공간의 중압감에 짓눌려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지는 미스테리를 보이는 전시이다. 공간과 오래된 물건, 반사되는 거울 속 또다른 설정은 곧 어떤 사건이 일어날 것 같은 묵직한 기운을 뿜는다.
항상 사건은 눈앞에서 보이는 것만이 다가 아니다. 가만가만 수면 위로 떠오른 몇몇 개의 단어들을 퍼즐처럼 맞추어 보면 그날의 진실이 다가오는데, 그것은 대부분 CCTV, 블랙박스, 핸드폰 카메라에 잡힌 어스름한 물체, 인스타그램의 짜투리사진 등이다. 우리는 인지하지 않아도 너무 많은 사건의 단서들을 길거리에 뿌리고, 과잉된단서들이 집합을 보면서는 전혀 눈치채지 못한다. 새로운 파놉티콘의시대에 살고 있고, 나의 정보들은 끊임없이 어딘가에기록된다. 사각지대의 뜻은 어느 위치에서인가사물이 눈으로 보이지 않게 되는 각도를 뜻하는데, 복잡한 도시에서 사각지대는 시시각각 CCTV의 위치에 따라 바뀌어 간다.
공간과 접합된 무거운 공기는 이제 사람이 개입되어도 수시로 바뀌어 가는 시선의 교차 속에서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낡은 누군가의 옛 물건, 스러질 것 같은 나무와 뜻하지 않은 향기는 아날로그만 향수를 불러 일으키지만 현대사회의 신문물과 겹쳐지면서 미스테리한기운을 더 뿜어낼 뿐이다.
두 개의 기둥은 실은 세 개일 수도 있다. 전시에서 보이는 기둥은 몇 개인지 아무도 모른다. 그리고 눈에 보이는 기둥은 시, 공간을 초월한 상상의 기둥일 수도 있다.
수십 년의 차이를 두고 새로운 날들로 인식되는 새로운 작동 시스템에 적용되는 코드로 이루어진 기둥일 수도 있다. 지금 눈에 보이는 현실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는 관객의 몫이다.
고윤정 (큐레이터, H아트랩 이론가)
고윤정은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사회학과 미술이론을 공부하였고, 서울대에서는 협동과정 미술교육 전공에서는 퍼포먼스 아트 중심의 통합예술교육 실천 사례에 대해서 주목하였다. 토탈미술관에서 객원편집장으로 출판 기획과 《월요살롱》프로그램을 약 3년 간 운영하였으며, 《비평주점》(2019-2020)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미술계의 다양한 현장의 현안을 토크로 진행하였다. 평소에 취미로 갖고 있던 움직임에 대한 부분이 최근들어미술전시에 하나씩 접목해 보면서 다원예술의 여러 가지 이면들을 경험하고 있다. 2018년 <반복, 그러나 다른> 제목의 시각예술창작산실 전시사전연구 프로그램으로 『퍼포먼스 아티스트 레코딩』이라는 책을 썼으며, 2022년 고동연 연구자와 공동저서로 『누가 선택을 강요하는가』시공사)를 출판하였다.
퍼포먼스 아트와 관련된 전시로는 《프롬나드런》(복합문화공간 에무, 2019), 《행복이 나를 찾는다》(세종문화회관 미술관, 2020) , 《하나의 당김, 네 개의 눈》(2021)이 있으며, 2022년 《두 비트 사이의 틈》에서는 몸의 흔적과 도시의 리듬을 다루었다. 그 외 아르코작가조사비평사업으로 조영주 작가의 비평서를 기획중에 있으며, 전시에 이어 연구로서 퍼포먼스를 다루는 다양한 요소들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2023년에는 퍼포먼스의 형식과 주제적인 담론들이 어떻게 만날 수 있는지 리서치를 진행 예정이다.
박관우 (H아트랩 작가)
박관우는 일시적으로 뭉쳐져 있을 뿐인 원자더미들이 거울을 들여다보며 스스로의 존재를 알아차리고, 더 나아가 이런 종류의 글마저 쓰고 있다는 일상적인 사실을 대단히 수상하고 특별한 일로 여긴다. 원자더미간의 피아식별이 이루어지는 이상한 세계의 흐릿한 경계 주변을 서성거리며, 그는 마치 사건을 취재하는 기자처럼, 그 현상을 이해하려고 나름대로 애써왔다. 박관우는 이를 위한 장치를 만들고 상황을 구성하며, 장면을 연출한다.
박관우는 절대로 풀 수 없는 문제들에 이끌리고,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을 오히려 사랑한다. 타자화를 위한 장치에서부터, 주객이 모호한 퍼포먼스에 이르기까지 그는 다양한 방식으로 자와 타 사이에서 부유하는 경계선을 탐구한다. 홍익대학교에서 디지털미디어디자인을, 영국 왕립예술대학교에서 조소를 전공한 작가는 최근 귀국 후, 현대자동차그룹의 후원으로 제로원(2019)과 Z-Lab(2020)에서 활동하였다. 박관우는 인간적인 특성과 자질, 예술이 근본적으로 품은 물음에 대해서 논하면서도 퍼포먼스, 관객 참여 등 동시대 미술의 방법으로 답을 풀어 낸다. 시, 공간을 뛰어 넘는 이주의 경험과 상상을 통해 <래빗홀>, <졸다가 꾼 꿈>, <클럽 리얼리티> 등의 신작에서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상상을 이어가는 다매체적인 작업을 보이고 있다.
신선주 (H아트랩 작가)
신선주는 검은 색조의 방식 <
베이징의 공장, 뉴욕의 소방서, 누구나가 드나드는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의 모습은 매우 고요하고, 주위를 압도하며, 사람들에게 익숙한 공간이지만 동시에 극도의 고요함으로 인해 관객에게 낯설게 다가간다. 이 작업들은 오랜 기간 덧칠하고 긁어내는 작가의 손이 일일이 닿은 기나긴 과정을 거치면서 검은색의 스펙트럼을 다양하게 보여주는 한편 언뜻 보았을 때에는 반전으로 보이지만 차분히 빠져들면 결국에는 하나로 귀결되는 감상의 태도를 끌어낸다.
이연숙 (H아트랩 작가)
이연숙은 화이트큐브보다는 서울의 버려진 집, 국군광주병원의 한 켠, 매향리 등 켜켜이 쌓여 있는 먼지를 털어내며 작업을 발표하여 왔다. 이연숙 작가의 전반적인 작업은 공간에 대한 기억을 소환시키는 과정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에 이렇게 몸짓으로 기억이 전달되는 과정은 큰 맥락에서 매우 유효하다. 이연숙 작가가 찾아가는 장소는 대부분 도시에서는 가깝게 경험하지 못하는 장소들이다. 매향리, 성북구의 장위동 빈집, (구)국군광주병원, 과거 동물실험실이었던 서울혁신파크, (구) 폐수처리장 등 어느 것 하나 일반적인 공간이 아니다. 성북구에 있는 빈집도 도심에 가깝긴 하지만 수십 년 전에 지어졌던 주택이라 문으로 들어가는 계단, 방마다의 크기가 제각각인 지금은 찾기 힘든 집이고, 포탄이 날아다녔을 매향리, 과거 광주의 경험들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구) 국군광주병원등 이미 그 장소에 진입하면서 작가와 관객은 그 공간에서 있었던 일들을 자연스럽게 상상하게 된다.
최근 경기도 안산의 김홍도미술관에서 생생화화 경기문화재단 성과발표전 《모호하지만 빛나는 소우주》(2020), 무안군 오승우미술관《여성과 신화-터전에 관한 긴 이야기》(2022) 등에서 작업을 발표했으며, 최근 호주 원주민에 대한 기억을 바탕으로 한 예술과 기술 융합 프로젝트를 진행 중에 있다.